감독 딘 페리섯
제작 드림웍스
주연 시고니 위버, 팀 알렌, 알랜 릭만
영화는 영화를 자가복제한다. 그러면서 그 안은 풍성해진다. 영화를 위한 영화, SF를 위한 영화, 판타지를 위한 판타지.
갤럭시 퀘스트 안에는 현실과 판타지가 여러 겹으로 엇갈려 있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TV SF 시리즈물 갤럭시 퀘스트의 배우들이 이제는 옛 명성으로 사인하는 것으로 근근히 연명하는 엇갈림. 순진한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창조된 판타지를 실제 일어난 일로 알고 있는 엇갈림. 그리고 TV 시리즈물과 똑같이 만들어진 우주선과 모험 안에서 스스로 자신이 연기된 인물임을 알면서도 그 안에서 은하 방위대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엇갈림. 거기다 SF 장르의 관습을 비틀고 패러디하면서도 동시에 전체 구성은 SF의 관습을 충실히 따르는 엇갈림. 겹겹이 이루어진 양차원의 엇갈림은 더더욱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
갖은 모험 끝에 은하 방위대의 진면모를 보여준 가짜 은하 방위대 대원들은 마지막 순간에서 또한번의 모호하고 서글픈 엇갈림을 맞는다. 외계의 한 종족과 별을 구하는 위업을 달성하고 지구로 복귀한 지구방위대를 맞이하는 것은 자신들의 프로를 기념하고 축제하는 그곳. 곧 사인회를 치러야 하는 그들이 떠올리는 것들은 실제로는 현실이지만 판타지로 받아들여질 조금 전까지의 일들과 앞으로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살아야 할 자신들에 대한 서글픈 이미지 파편들일 것이다. 그 순간 악당 새리스의 재등장과 싸움은 더더욱 미묘하게 판타지와 현실이 자리 바꿈을 하면서 – 영화는 어차피 판타지. 그러나 이 영화 안에서 그 싸움은 현실(이라고 약속). 그러나 그것을 지켜보는 팬들에게 그것은 판타지 – 웃음을 만든다.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오고감을 지켜보노라면 즐겁다. 자신을 위한 판을 벌려놓고 즐기고 노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 가짜를 진짜처럼 연기하는 것보다 이건 가짜야 하면서 능청맞게 가짜를 연기하는 것이 솔직하니까 더 재미있다. SF가 자신이 굳어간다고 느낄 때 분명 이 영화를 통해 한껏 몸풀기를 하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거다. 허접 쓰레기 블록 버스터 말고 이런 영화 좀 만드는 데 돈 풀어서 영화 몸풀기에나 썼으면 좋겠다. 자신이 번드르하게 장르를 만들어내지 못할 바에야 기왕의 것들을 반추라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돈 주고 볼 맛이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화의 에너지 충전용 영화는 좋게 보이는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