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에게 산드라는 그 트라우마로부터 ‘정상’의 궤도로 도약할 수 있는 건강함과 투명함이다. 반면 미셸은 레오나드처럼 우울의 세계에 침잠한 자이며 결여 그 자체이고, 레오나드의 거울이다. 레오나드가 산드라의 끈을 놓지 못하면서도 미셸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산드라가 레오나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줄 수 있는 상대라면, 미셸은 그 트라우마를 반복하게 하는 존재다.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란 우리의 과거와 상처를 넘어서게 하는 힘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를 정작 두려운 매혹에 빠뜨리고 뿌리칠 수 없게 하는 사랑은 그 트라우마를 반복하고 실패를 예견하는 자기파괴적인 것이다. 그에게 미셸이 병든 자신 자체라면, 산드라는 그런 병든 자신을 보게 하는 눈이다.
씨네21 940호 신전영객잔, <투 러버스>, 남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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