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사실 아직 덜 추워졌다고 생각한다.
겨울은 겨울답게 혹독하게 추워야 한다.
그 냉정한 계절을 깊이 지나고 나서야 봄은 더 화창하게 돌아온다.
아무튼 경록씨가 기어이 영국을 가겠다고 준비 중이고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처분 중이다.
되돌아 보지는 않아도 흔적을 쌓아 두는 미련한 습관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가 그러는 데는 어떤 확고한 결심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경록씨가 나한테 넘겨 준 흔적은 바로 영화 DVD.
마구 꽂혀 있는 DVD들 중 눈에 들어오는 걸 집어 왔는데 하나같이 내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내가 잠시 맡아 두는 걸로 하자고 하고 들고 왔는데 왠지 마음이 뿌듯하다.
갈 준비 하는 게 섭섭해야 하는데 그 마음은 뒤로 숨었다. ㅡ.ㅡ;
하하. 어찌나 뿌듯하셨는지 포스팅을..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함입니다. 저 역시 뭔가 주면서도 아쉬움을 금할수는 없지만, 결국 저를 위한 것이니.. 좋은 주인을 만나는게 가장 좋은 걸테지요.
물욕을 버리는 것이 제겐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인 듯 합니다.
가볍게, 가볍게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