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이제 2년을 채웠다.
이런, 벌써 2년이라니…라는 반응보다 이런, 아직 2년밖에…라는 반응이 온당하다.
아무튼 그 사이 내 신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다시 기업 조직 생활을 하게 됐고 내가 타협할 수 없다고 여기던 많은 영역에 내 발을 들여 놓게 됐다.
그리고 많은 사회의 부조리와 코미디를 넘어선 비극에 대한 어떤 무감각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순간 마터스의 그것이 떠올랐다.
끊임없이 잔인한 학대를 당하면서 그 피로와 절망으로 인해 고통에 무감각해진 상태.
마터스의 여주인공의 마지막 눈빛은 내게 삶과 죽음의 비밀을 깨우친 해탈이라기보다 생명과 사물의 중간에 걸친 강요된 자아상실의 상태에 가깝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공포스러웠던 것은 주체의 분열과 소멸이라는 종교적인 테마가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강압에 의해 아무 의미도 없는 시도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외부에서 지속적인 고통이 가해짐으로써 그 고통을 인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망각하기 위해 점점 사물이 되어 가는 것이라면 그 주체를 과연 Martyr, 즉 순교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돌이켜 보면 지금 나도 그렇게 고통의 시기에 주체를 소멸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전보다 더 큰 고통의 시기를 지내면서 고통에 대한 감각을 줄여 가는 것, 나는 그것이 두렵고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