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내가 다니는 학교의 타과 선배 한 명(물론 고참)이 준 노트를 일기장 삼아 이것저것 긁적였었지…
가끔 이걸 읽으면 정말 조악하고 사소하지만 때로는 군생활의 지긋지긋함이 몸서리치듯 상기되고는 한다.
뭐 별로 볼 건 없지만 한 번 보시라…

1999. 2. 7. 일요일

한가로운 줄만 알았던 일요일이었다. 오후에는 수면도 보충할까 했는데 상황은 최악으로만 흘러갔다. 재수없는 작업…fuck!!
나는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꼬인’ 군생활을 하는 듯하다. 군번도 위로 아래로 줄줄이 사탕인 암담한 군번에다가 하는 직책도 제대로 보직을 받은 게 아니고, 맡은 일도 상대적으로 억울하게 힘들고 그렇다고 무슨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아니,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이런 X같은 부대에 온 것 자체가 꼬인 군생활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어차피 군에 온 것부터가 군인이 가지는 일종의 피해의식의 원인이겠지만 거기에다가 상대적인 피해의식이 더해지니 그 불만을 쉽게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군인들이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 피해의식과 그에 대한 보삼심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게 본다면 군 집단이 가지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가지는 피해의식을 떨칠 만한 충분한 보상과 대우가 필요할 것이다.

한겨레에서는 병역문제에 대한 토론 기사에서 병역 제도를 아예 모병제, 즉 직업군인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여 원치 않는 입대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병에서 나아가 장교/하사관을 살펴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나는 현재 복무중인 장교/하사관의 90%는 군복무할 자격이 없는 작자들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합리적 사고력이 부족하고 문화적 소양도 부족하여 간부로서 병을 통솔하고 군사 업무를 책임질 능력이 되지 않는다. 장교/하사관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격과 심사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고 설사 임관한다 해도 그들을 통제하고(그들에 병에게 하는 것처럼) 복무 상태를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군대란, 가장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이다. fucking Army.

….-_-….

그야말로 조악하고 일면 독선적이며 정확하지 않은 사실도 담고 있는 글이다. 거의 무의식 차원에서 튀어 나왔던 잡소리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보면 내 생각이 성글고 유치하기까지 하며 현상에 대한 판단 역시 서툴렀구나 싶지만(지금도 별다를 바 없지만)…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생각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받아 오고 있는 외부로부터의 억압적 폐해의 요소들의 응결점이 바로 군대라는 것, 특히 한국사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경멸감과 증오를 군에서 고스란히 200~300% 느낄 수 있으리라는 것. 그 아물거리는, 내가 희망하는 세상의 상을 그려내는 것은 군생활의 기억을, 그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으로도(대립항으로 간주해도 무방할지 모르므로) 가능할 것이다.

아마 지금 이렇게 세상을 비판적으로, 아니 냉소적이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아직 뚜렷하지 않은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것은 군이라는 공간이 던져준 악몽과 같은 기억들 때문이리라…

Fuckin Ar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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