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빈곤과 누추함을 주로 담는 건 사실이다.
이건 어떤 의식적인 시도와 그것에 앞서는 이끌림이 동반된 결과다.
그 사진들에 소극적인 정치적 관심 표명과 얄팍한 동정 또는 겉멋 든 노스텔지아, 그리고 이것들로 주워담는 자위가 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나는 객관적으로 보증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변명하고 싶은 것은 항상 그런 허위의식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수긍하고 경계하는 것, 일말의 빈곤과 누추함을 피사체로 다룬다면 그것을 주관적 감정이입보다는 객관적 응시의 방법으로 다루는 것, 그리고 그것을 순전히 정치적, 감상주의적인 형태로서가 아니라 그것만의 미적인 형태로서 드러내는 것…이런 원칙들에 대해 나름의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노력의 결과는 단지 사진으로써만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겠다.(지금 나는 자신있다는 건방을 떨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 자신없음을 진인사 대천명으로 얼버무리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오해할까봐 하는 말이지만 나는…사진을 이 무거운 의미의 덩어리로만 보지는 않는다.
사진으로 주로 놀고 가끔 생각한다.
“내 사진이…”에 대한 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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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 쓸 때 늘 허위관념을 경계했었죠. 지금도 그러려고 노력하고요. 자기반성 없는 창작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예, 동감입니다.
제가 뭐 대단한 거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별로 공감이 안가네요
놀기 위해, 즐기기위해 난민촌과 판자촌의 사진을 찍는다는 건지..
어려운 표현을 열거해놓으면 논리적 오류가 감춰질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러니까 난민촌, 판자촌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고 스스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자아도취하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런 곳에 놀러가지는 않지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도덕적 의무감만으로 다니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거기서 사진을 찍겠다는 거지 그걸 통해서 어떤 사회적, 정치적 실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논다는 의미는…미적인 놀음을 거기서도 신경쓰겠다는 거고요.
공감이 안 간다면…제가 더 애쓸게요.
아, 그리고 제가 난민촌, 판자촌 같은 곳을 그렇게 자주 가지도 않습니다.
제가 찍은 골목들은 대부분 사람들 멀쩡히 사는 곳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아니고 고급 주택가가 아닐 뿐이지요.
서울에도 아직 말쑥해지지 않은 곳들이 흔히 있으니까요.
아무튼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