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연인(The American President) 1995년 미국 콜럼비아
감독 : 롭 라이너
출연 : 마이클 더글라스, 아네트 베닝, 마틴 쉰, 마이클 J. 폭스
2000. 10. 22. 일. KBS
미국의 대통령은 정치도 잘하고 인간적이며 연애도 잘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진정으로 국가를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며 정치를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로 한다.
멋지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건 마이클 더글라스라는 희대의 플레이보이가 정치가, 그것도 대통령이 되어 일삼는 애정행각에 대한 미묘한 부조화였다. 물론 롭 라이너라는 걸출한 감독이 만들어 정치와 사랑의 간극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는 재치를 발휘했을 터이지만(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는 마이클 더글라스가 아릿다운 아네트 베닝을 상대로 추파를 던지는 게 개인적으로 못마땅하다. 워렌 비티가 아주 못마땅해 했음직하다.(하긴 이제는 유부남이 된 녀석이 이미 유부녀였을 그녀에게 흑심을 품었다고 그게 실행에 옮길만한 것이었겠냐마는) 웃음 지을 때에는 다른 어떤 가식도 없이 진실되게 기쁨이나 즐거움을 표현하고 슬퍼하며 울 때에는 슬픔의 나락에 떨어진 듯하여 가련함을 불러일으키는 아네트 베닝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는 더없는 로맨티스트가 되고 사람을 대통령이라는 권위로 누르지 않고 인간으로 대하며 어미 없는 딸을 자상하게 친구처럼 대해주는 아버지로서의 탈을 쓴 마이클 더글라스가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순수해 보인다.(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아네트 베닝을 상대하는 주인공으로서 나와서 못마땅한 것도 있지만, 또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나온 작자가 온화한 아버지에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핸섬한 백인 남성인데다가 미국을 사랑하고 자신이 가장 부강한 국가의 보스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하여튼 헐리웃에서 뽐내고 열렬히 홍보해대고 있는 온갖 미국적 가치의 표상이라는 것도 참 못마땅하다.
하긴, 못마땅할 것도 딱히 없다. 단지 환타지이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백마탄 왕자에 대한 현대판 환타지이니까. 아네트 베닝은 단지 현대적인 자질을 갖춘 신데렐라일 뿐이겠지. 환타지로 볼 때 이 영화만큼 완벽한 환타지를 제공해 줄만한 동화도 없을 것이다. 환타지로서 볼 때 이 영화는 참 재미있으니까. 그 사랑이 참 아름답고 환상적이니까…(하긴, 대통령과 눈맞은 여자는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는 환경론자 진영 로비스트라니…이만하면 궁색은 갖췄지)
그런데 영화 보고 나서도 환타지 속에서 헤엄치면 어떡하지…
p.s–>지금은 병들어 얼굴을 볼 수 없는 마이클 J.폭스의 멀쩡할 때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고 즐거운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재미있었다…나는 헐리웃의 Fanta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