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피곤한 얘기가 될 만한, 중언부언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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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사진으로 말한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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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사진으로 말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이름이 필요없다. 적어도 그 사진에 촬영자가 의도하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이름은 대개 그 사진의 생애에 불행을 안겨줄 뿐이다. 예술이고자 하는 사진은 작가가 부여하는 질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되도록 사진에게 의미로부터의 자유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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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무리 아름다운 수사로 겉치장하려 해도 사진은 솔직하다. 사진의 미적 가치는 사진 그 자체가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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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에 스스로 온갖 경구를 써 놓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때로는 당신의 허위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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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은 부모의 생물학적 부산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그들의 부산물로 남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이 세계에 존재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을 제공해 주지만 자식은 결국 스스로 존재한다. 부모와 자식은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 예술 또는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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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진이 나오기까지 작가가 관여하지 못하는 내/외적 요소는 너무나도 많다. 만일 당신이 그 모두를 관장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면, 나는 당신을 기꺼이 신이라고 부르겠다. 당신이 신이 아니라면, 당신은 당신의 사진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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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자로서 당신은 항상 당신의 사진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당신은 사진의 조물주가 아니라 사진이 세계의 한 측면을 드러내는 데 일조할 뿐이다. 운이 좋다면 세계를 구원하는 데 일조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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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드러내는 의미는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때로는 당신 역시 사진이 말하는 바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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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복제의 예술로서 사진은 예술이 작가의 피조물, 작가의 세계에 구속된 어떤 것, 일종의 즉자가 아니라는 선언의 대표이다. 사진은 다른 고전적인 예술보다 훨씬 더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은 다른 고전적인 예술보다 훨씬 더 통제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다른 고전적인 예술보다 훨씬 더 현대인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즉 강한 의미를 전달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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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만들어내기가 아주 쉽다. 아무 생각없이 셔터만 눌러도 된다. 사진은 복제하기가 아주 쉽다. 필름 또는 파일만 있으면 된다. 이처럼 사진은 한편으로 매우 하찮은 존재이다. 동시에 매우 가치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꿀 만한 가치를 지닐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당신은 사진의 이 이율배반적인 긴장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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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고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은 즐거운 play mate로 존재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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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사진이 결코 뛰어나거나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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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내 사진에 대해 어떤 수사를 동원할 만한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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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찍은 사진들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사진 앞에서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수치스럽게 다시 집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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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사진이 상당히 내성적이고 지루하며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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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나는 언젠가 내가 찍은 사진이 나에게 눈을 부릅뜨고 무언가 말을 건네줄 때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 날은 오지 않겠지만.
말 잘 했네.
나도 그 걸 기다려. 내 사진에 내게 말 걸 때를.
흠…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군요 :)
자신의 사진에 대해 스스로 너무 과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꼴불견이겠지만
반면에 애써 가치를 폄하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
저는 아마추어의 마인드라서 그런지 몰라도 제 사진이 칭찬받으면 왠지 벌거벗겨진 기분이 들더군요.
자신의 사진에 당당하고 칭찬에 어색해하지 않을 날이 오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