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있는 설치형 블로그 텍스트큐브의 홈페이지에서 스킨이나 플러그인 따위를 받으려고 방문하면 예전부터 계속 오픈아이디로 로그인할 거냐고 묻고 있었다.
내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
이 OpenID라는 녀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터라 그냥 한 눈으로 흘기고 말았었는데
오늘 결국 한 번 가입해 보았다.
그런데 아직은 뭐…별 거 없다.
아무튼 오픈아이디는 쉽게 말해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는 내 모든 아이디들로 매번 다른 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따로따로 로그인하는 수고를 덜고 하나의 아이디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인 것 같다.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설명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오픈아이디(OpenID)는 웹에서 자신의 계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흔히 쓰이는 중앙집중식 로그인에 비해 비교적 느슨한 방식으로 사용자를 인증한다. 즉 각각의 사이트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대신, 오픈아이디를 지원하는 사이트에서는 사용자 인증을 독립된 각 서비스 제공자에게 맡기고, 그러면 개별 오픈아이디 제공자가 사용자를 인증해준다. 2007년 현재 많은 사이트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위키백과나 테크노라티 같은 곳도 지원을 발표하였으며 모질라 파이어폭스[1]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비스타[2]에서도 오픈아이디를 지원하기로 했다.” |
이걸 쓰면 참 편리하겠다.
나는 이런저런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이고 등등, 오픈아이디는 네티즌에게 일관성을 부여해 준다.
말 그대로 무법천지의 인터넷 상에 스스로 신분증을 하나 만드는 셈이다.
나 역시 어디서든 일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으니 오픈아이디를 쓰는 게 편하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당신이 만일 오프라인에서는 얌전하다가 온라인에서는 미친듯 악플을 날려대고 싶거나, 했던 말 또 하면서 모니터에 문장 패턴 벽지를 발라버리고 싶거나, 욕구가 불타올라 불법 소프트웨어(?)나 야동 등을 탐색 중이거나, 세상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전복적인 사상을 어떻게든 다져서 퍼뜨리고 싶거나 등등…여기서의 내 모습을 저기서는 들키고 싶지 않은 다중이의 삶을 살고 있다면?
다중이에게 오픈아이디는 거추장스러운 도구일 뿐이다.
반쯤 미친 자신 또한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이겠지만, 오프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에서도 그것이 정치적으로 좋은 기술은 아니니까, 그래서 위장할 신분이 필요하다.
소수자는 성적, 사히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수준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나 안에도 내가 배제하는 여럿 소수자가 들어차 있다.
위장할 신분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필요하다.
오픈아이이디는 각자가 위장 신분을 스스로 걷어내고 자발적으로 흩어진 정체성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멀쩡한 사람과 반쯤 미쳐 있는 사람을 넷상에서 구분하는 기준으로 통할 수 있다.
그래서 오픈아이디는 소유 여부를 배제의 원리로 활용할 수 있는 성격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정체성을 느슨하게 묶어주는 끈으로만 쓰이지만 언젠가 느슨한 틈을 국가나 자본이 메워 버릴지도 모를 일이고.
(물론 지금 시점에서 자본은 오픈아이디에 별 관심 없겠지만)
악플러나 도배쟁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오픈아이디를 넷상에서도 비로소 우리 광기의 다중이를 자발적으로 길들이기 시작한 징표로 바라보니, 오픈아이디를 좀더 민감하게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