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미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호감도가 심해지고 있나 보다.
요즘 리퍼러 로그에서 황진미로 검색해 들어온 경우가 참 많아 이상하다 했더니 저번에 내가 황진미의 글을 좋아한다고 쓴 포스팅에도 댓글이 달릴 정도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주시다니;;;)
심지어 자동 스팸 처리된 댓글에서 누군가는 그녀를 그냥 또라이라고까지 말했더라.
이게 예전 디워 때도 그랬듯이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한 적대감으로까지 번지는 것 같아 보인다.
아무튼 몇 개의 영화에 대한 그의 평을 들어 이상한 페미니스트 정도로 그를 치부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 그는 단지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글을 써 오지는 않았다.
그는 어떤 영화에 대해 잘 다루지 않는 (어떨 땐 계급적이기도 하고 어떨 땐 페미니즘적이기도 하며 어떨 땐 정신분석학적이기도 한) 쟁점을 날카롭고 까칠하게 제시하는 쪽이다.
그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쾌하게 하는 똘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가 (어떨 때는 뻔해서 잘 말하지 않지만 중요한) 쟁점으로 싸움 걸기를 하면서 오히려 비평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쪽이라고 본다.
그는 대체로 일반적인 반응과 반대로 움직이는 편이어서 순간 당황시키면서 다른 생각의 여지를 열어 주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황진미의 글이나 반응을 귀담아 듣는 편이다.
그의 평은 때로 독야청청 독단성까지 내뿜는데 이것이 어떤 비평 담론의 쏠림 현상을 여지없이 부정하는 쪽이라 나는 어떨 때 통쾌하기까지 하다.
나는 이 문제적 반항아를 싫어할 수가 없다.
그의 똘끼 덕분에 비평과 영화에 대한 참고 틀이 풍성해진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비평은 영화를 빌은 또 하나의 창작이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그렇듯이 비평계에도 (내가 싫어하는 표현인) 전문가라는 요상한 권위 집단이라는 게 있고 이들이 담론의 선두에 서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수많은 블로거, 네티즌들이 이 담론을 생산하고 참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평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가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 전문적 비평계에서 다양하고 생각해 볼만한 정당한 쟁점이 생산되는 것 또한 중요하고 이것이 그들의 역할이며 존재 이유다.
나는 황진미가 쟁점을 생산하는 데 있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고.
안티 황진미에 선 네티즌들은 지금 황진미의 문제제기(그들이 문제시하는 파스타나 애자 따위에 대한 황진미의 평)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황진미식 화법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건가.
어느 쪽이든 아직 귀담아 들을 만한 비판보다는 적대감만 늘려 가고 있는 것 같아 의아하고 걱정된다.
제 2의 디워식 마녀사냥만 벌어지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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