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님의 블로그에서 우울증에 대한 글을 보고 문득 드는 생각.
어느 한 연예인의 자살로 다시한번 애꿎은 우울증의 위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 낌새를 알아차리기도 힘든 데다 치료하기도 힘든 우울증. 진진님이 말한 바와 같이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항우울제는 우울증을 화학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어도 심리적,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항우울제는 우울증이 해결되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만일 우울증이 두뇌의 호르몬 작용에서 출발하는 문제라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이 처한 심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서 우울의 화학작용이 생기는 거라면 우울증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사랑, 우정, 사업 따위에 실패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사람에게도 우울증은 거부할 수 없는 복병이다. 생략하고, 우울함의 근거는 예정된 실패에 대한 직감에 있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암시 위를 까맣게 덧칠하고 버텨내고 있을 때 어떤 예민한 사람들은 그 암시가 눈앞에 계속 어른거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술을 마셔 댄들 눈앞의 망령은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은 우울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멀쩡한’ 우리들은 그 밀봉된 어둠의 진실을 꺼내 볼 용기가 없는 것뿐이다. 우울을 근원으로부터 제거하려면 생각하는 존재이기를 멈춰야 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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