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곽지균
출연 김래원 김정현 배두나 진희경 윤지혜
하숙집 친구들과 같이 이 영화를 보았다. 같이 한 방에서 이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남자들이란…’
이 영화가 두 남자의 성에 눈을 뜨고, 동시에 사랑에 눈을 뜨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건 말짱 헛거였다.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새롭고 파격적인 섹스 이벤트였다. 이 영화 자체도 자효와 수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뿐, 그 주위에서 그들의 내면을 뒤흔들고 갈등과 화해를 동반하게 하는 혜정(진희경)과 하라(윤지혜), 남옥(배두나)은 자효와 수인의 언저리에서 섹스와 사랑의 대상으로만 보일 뿐, 몸만 보여줄 뿐 속내는 없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우리는 자효와 수인이 되어 그들의 여성 편력, 쌓여가는 성경험을 즐겁게 음미하고 있었으니 도대체가 이 영화가 왜 제목이 ‘청춘’이고 왜 수인이 자살을 하며 왜 자효가 그렇게 사랑에 회의적이었다가 남옥을 통해 사랑을 깨닫는지는 들어오지가 않았다.
새로운 이벤트를 기대하던 우리는 그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지쳐 버렸고 더이상의 파격적 이벤트는 없노라, 그녀들의 몸매는 더이상 볼 것이 없노라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영화가 너무 lose한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고 점점 딴 얘기나 꺼내 놓는다. 속으로 ‘영화 좀 보자구’라고 하면서도 ‘말해봤자 뭐하겠나’ 싶기도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지만 나도 그네들과 다를 바 없다.
왜 젊은 시절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그 답을 알 수 없이 영화는 흘러가기만 한다. Vincent에 얽힌 그 사연도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가 없다. 주위는 시끄럽고 이벤트에만 열광한다. 가뜩이나 이 영화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감을 못 잡겠는데 더더욱 내러티브를 쫓아가는 것이 무리인 듯하다.
그 결과 이 영화를 보고 남는 것은, 내 친구 말처럼 이런 영화 보고 열광하고 푸념할 바에야 포르노를 볼 것이지라는 생각과 청춘은 성적 욕구의 억압에서 그 고통이 출발하는가, 그리고 남자들이 일삼는 여성 물상화의 횡포에 대한 나름의 반성이었다.
여전히 지금도 남자들의 성욕은 이해가 안되네요..
하긴 친구가 그랬어요.."니들은 몰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