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강릉에 가면 꼭 가 봐야 할 곳을 묻는다면 나는 초당과 보헤미안을 꼭 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커피하우스 보헤미안은 대학교 때 알게 된 커피 명가인데, 한국 커피 1세대라는 박이추 선생이 직접 볶고 내리는 드립 커피에는 어떤 고집과 자존심이 느껴진다.
예쁜 도구나 인테리어 같은 불필요한 꾸밈에 의존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제시하는 바로 그 커피 맛 때문에 나는 깊은 산 속을 찾게 된다.
그리고 초당.
나는 초당을 2004년부터 종종 찾아간다.
처음에 나는 강릉고에서 초당 허난설헌 생가로 가는 그 소박하고 조용하고 지붕 낮은 골목길이 좋아 찾았고 그 다음부터는 허난설헌의 재능의 못다함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울이 자꾸 떠올라 찾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나는 허균의 삶과 사상에 매료되어 찾는다.
그는 당대 문장가였을 뿐만 아니라 조선 신분 제도와 빈부 격차 해소 등 사회 변혁을 꿈꾼 혁명가였다.
서자였지만 뛰어난 문인이었던 이달을 첫 스승으로 맞아 문제의식에 눈을 떴고 폭력형명마저도 불사할 정도로 변혁을 갈구했다.
평생을 서자들과 어울렸고 호민론을 주축으로 백성만이 주인이라는 사상을 일갈했다.
당연히 그의 삶은 창창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는 홍길동전 이상으로 제대로 평가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허균의 사상이 대중적으로도 온전하게 알려지고 평가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그 때가 그나마 지금보다는 나아진 시대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나는 강릉에 갈 때마다 초당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에 들러 그의 갈구와 울분이 지금 역사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느껴 본다.
어쩌면 허균과 허난설헌은 뜻한 바를 이룰 수 없는 시대의 멜랑콜리를 품은 남매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가 봐야지 항상 생각하던 두 곳을 지난 주말에 허겁지겁 갔다 왔다.
핑계만 만들면 언제든 기꺼이 갈 수 있는 나의 강릉 반복 코스.
음.. 블로그가 가벼워진 느낌이라서 좋구만
자주 올리고 가볍게
좋아 좋아
같은 리플을 다섯 개씩이나…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