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침체기다. 심신이 모두 피로하고 생활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멀리 떠나거나 취하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온다. 내가 원하는 변화를 맞고 싶지만 그러지 못함에 답답하다. 이 상황에서 별 위로도 없는 토요일을 타이드랜드와 마무리한다. 테리 길리엄은 여전한 망상의 감독이다. 타이드랜드에 대해 잔혹한 어른들의 세계에 빠진 소녀의 망상 같이 설명하는 것은 진부해 보인다. 테리 길리엄의 망상은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반응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마약중독 부모에게 방치된 소녀가 고립과 기아 사이에서 허덕이다 정상적인 보살핌의 기회를 얻게 되는 이야기로만 보기에는 마지막 전환이 느닷없는 수습처럼 보일 뿐더러 영화가 끝난 후에는 질라이자 로즈의 망상만이 아련하다. 테리 길리엄의 주체할 수 없는 망상과 환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는 근본적으로 인간 질서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 나오는 광기들은 그 영화가 제시하는 구체적 현실에 대한 도피나 풍자 그 이상이다. 브라질의 망상은 빅 브라더 사회에 대한 도피 이상이고 피셔 킹의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잊기 위한 것 이상, 12 몽키즈의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공포 이상이었다. 길리엄의 광기 내지 망상은 현실이 원인이 될지언정 그것의 결과에 머물지 않고 압도한다. 상처의 치유와 구원의 여지는 남겨둘 지언정 망상과 광기는 선명하다. 그래서 길리엄의 망상은 팀 버튼의 경쾌한 흑마술의 망상과 구분된다. 질라이자 로즈의 슬프고 숭고한 망상을 위해 건배.
“타이드랜드”에 대한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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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쇄되서 나온 따끈따근한 타이드랜드. 이 책은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지은 미치 컬린의 장편소설로서 영화 12몽키즈와 그림형제를 만든 테리 길리엄 감독에 의해 2005년에 영화화 되었다. 우리나라 영화 배급사에서도 타이드랜드를 수입해서 번역했다고 하니 올해 안으로 개봉되지 않을까 싶다. 포스터 이미지를 보면 주연을 맡은 조델 퍼랜드가 자기의 유일한 친구 바비 인형 머리를 손가락에 끼운채 나무에 걸터 앉아 있다. 게다가 땅과 하늘이 거꾸로 되어..
이 책의 디자인을 맡게 되어서(영화 이미지를 쓰긴 했지만) 기자 시사회때 다녀왔는데
조델 퍼랜드의 연기를 보면서 쟤는 연기하기 위해 태어났구나… 생각했어요.
소름 끼치는 연기란.ㅎㅎ
(저 국내 영화사에서 사전 허락없이 제 디자인을 도용해서 기분이 많이 나빴었죠.)
어제 너무 잠깐 스쳐봐서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네요. ^-^
다코타 패닝과는 다른 세계에서 연기하는 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일런트 힐에서도 남달랐고…
어둠 속에 자신의 연기 세계를 넓혀 가고 있는 특별한 아이인 것 같아요.
소설은 또 어떤지 궁금하네요.
다음 번개 때 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