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지영
출연 : 독고영재, 최민수
현실이라는 대척점을 벗으로 삼지 않은 이상 속에서 한 인간이 파멸하는 과정은 끔찍하지만 슬프다.
명길과 현숙이 병석을 떠나지 못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가까이 하지 못하는 현실의 반대편을 병석은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들에게 병석이 악마인 이유는 병석이 현실과 가상이라는 두 축 사이의 균형을 너무나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강한 빛은 강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듯이 참혹한 현실은 더욱더 찬란한 이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빛이 꺼져 버리면 그림자도 소멸하듯이 이상은 현실에서 발을 땔 때 자연히 소멸한다.
그것은 죄악일 것이나 나약한 인간의 슬픈 운명일 수도 있다.
비참의 한가운데서 영화가 선물하는 가상의 상찬에 메달리는 병석을 쉽게 비난할 수 없듯이. 악마임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듯이.
그나저나 나는 시네필이 아님이 분명하다.
나는 병석 일당만큼도 영화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