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라는 사람…의 글은 참으로 난해하다.
프랑스인 특유의 쉽게 이해하기 힘든 문학적 수사는 오르기 힘든 성벽 같은 그의 사상의 언저리를 안개처럼 희뿌옇게 칠해 놓는다.
광기의 역사를 미친 척 읽어보고는 치를 떨었었지만
이번 학기에 듣는 현대철학 탐구라는 과목 교재에 나온 푸코의 철학 해설을 읽으면서
(물론 그게 전부일 리 만무하고 그것이 정확한 푸코의 생각인지도 불분명하겠지만)
그의 언어를 해독하는 데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말대로 지식과 권력은 참 많은 점에서 닮아 있고 또 상호 불가결한 관계이다.
이성은, 또는 지식은 그 본질적인 의미에서 이것과 저것의 다름을 인식하고 구획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구획화가 자의적일 것이라는 것 또한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자신이 구획한 구역 중 어느 하나를 자신의 안식처로 삼고 그 반대편의, 구별되는 것을 배제하거나 통제하고 자신의 의도에 따라 조종하려 한다.
권력이라 할 때의 권의 한자 權은 원래 추의 의미를 지닌단다. 다시 말해 추를 가지고 저울을 달아 경중을 재고 대상을 재단하는 행위나 그러한 현상의 주체와 대상 사이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리라.
권력 – 국가와 같은 응집체로서의 거시 권력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대상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행위의 준거틀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는, 인간의 사고와 실천 과정 거의 모두에 잠재되어 있다고 보는 것으로서의 권력 – 은 근본적으로 한 힘과 다른 힘의 불균형에서 나타나며 한 힘이 다른 힘을 다스리려 하는 관계 양상에 다름 아니다.
내가 읽은 책에 의하면 권력은 제도도 아니고, 구조도 아니고, 특정한 사람들(흔히 권력자라고 얘기하는)에게 주어져 있는 어떤 권능도 아니다. 그것은 힘과 힘 사이의 관계이다. 푸코의 권력에 대한 추적을 차분히 따라가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권력에 대해서 독립성을 갖는다고 믿는 신화도 버려야 하고, 그것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하며 전적으로 억압하고 금지하는 체계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단다.
무엇보다 권력은 대상에 대해 끊임없이 억압하고 금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대상의 행위와 사고가 자신의 필요성에 따라 작용하도록 유도하고 그러한 지침(?)을 생산하고 체화시키며, – 그렇기 때문에 지적 담론 역시 권력의 구성에는 지식의 장, 담론의 장의 구성이 불가피하며 – 심지어 자신에 대해 반대되는 것들마저 대상의 자신에 대한 공포(?)감 조성을 위해 잘 길들여진 형태로 재생산한다는 구절, 그리고 우리가 진리의 고백을 해방시킬 때 권력이 입을 다물게 한다는 뿌리깊게 박혀 있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구절은 눈여겨 볼만 하다.
인식하는 주체 역시 주체인 동시에 예속된 자(sujet라는 불어가 이 두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니…)라는 구절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맥락에서도 이해할 수 있겠고…
이것은 해도 되고 저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식의 규범적 구획화를 통해(그것은 ‘합리적’ 또는 ‘바람직한’ 등의 수식어로 정당화될테지만 결국은 권력의 ‘자의적’ 구획화일 것이다) 세세한 규율을 만들고 거기에 맞도록 대상을 교정하고 체화시키는 공간의 귀결점은 푸코의 말대로 감옥인 동시에 한국 남성의 대부분이 거쳐 가는 군대라는 곳이리라…(감옥과 군대의 생활 패턴은 거의 비슷하다는 말을 줏어 들었다…대부분의 한국 남성은 일생 중 적어도 2년 2개월 동안은 죄인의 인생을 산다)
이 말이 여기서는 적절치 않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그것은 있으나 마나, 있으면 사병들은 더 고로울 뿐인 이상한 규율에 묶여 그 규율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하니…
아무튼…지식의 고고학을 읽으려다 순간 질려 개론적(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해설서를 먼저 펼쳐 놓고 보니, 다시 푸코의 언어로 돌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겨운 여정이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