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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나는 남의 글 퍼오기만 할지…
오늘 4.18이라고 학교에서는 모두들 달떠 있었다. 집회도 아닌 것이 집회 분위기를 내고 한 편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4.18 마라톤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 집회에도 참여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벌써 3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4.19보다 하루 앞선 18일에 굳이 이넘의 학교가 기념을 하고 수유리까지 미친 척 달리는 것은 4.19 또는 4.18이라 불리는 1960년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지식사회학 시간에 – 이넘의 김교수는 오늘이 4.18인지도 몰랐다며 미안하다면서 30분 동안 4.18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니, ‘재미있지?’하고는 나머지 45분간 빡새게 수업을 진행시킨다…독한 사람…- 김문조 교수가 그 ‘사건’을 기억하는 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4월 18일이면 민주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인다. 학관 계단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그 행사를 이끄는 주체이며 대체로 고학번이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달떠 있는 이들은, 김교수의 말에 따르면 떨거지들이다. 고학번들은 무언가를 아는 듯이 마주보고 있는 이들에게 혁명을 기념하고 저항정신을 기억하고 깨어있자고 강변한다. 마냥 즐거운 듯 몸풀기를 하고 있는 그 떨거지들 – 비하하는 뜻은 아니다 – 은 그 말을 듣는지 안 듣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그 행사를 치른다. 시간이 흐르면 그 떨거지들은 이제 주축이 되어 학관 계단 앞에서 새로운 떨거지들과 그 기억을 이야기한다. 대개 역사에 있어서 행사나 의식을 통해 상기시키려는 기억은 그렇게 그 역사를 기억하려 하는 성원들이 바뀐다. 시대에 따라, 사회에 따라 다양하게 조직되면서 그 기억은 계속되거나 없어지거나 한다. 그러면서 김교수는 기억의 뜻을 담고 있는 영어 ‘Remember’에 대해서 말한다. 개인의 자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이 아니라 집단 기억(Collective Memory) – 이것은 경우에 따라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 의 경우에 있어서 그 기억이라는 것은 상기하고 지니려 하는 성원이 지속적으로 물갈이되는 과정이란다. Re(다시)+성원(Member)=Remember(기억)… 재미있군…
아무튼 4.18은 오늘 친구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한국사 수업 시간에 들었다나) 고대 부근 고교생들이 먼저 시위를 시작했고, 고대생이 ‘쟤네들도 하는데 우리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에서 동기화되었고 정치깡패들의 폭행에서 ‘터져 버렸다.’ 그렇게 한편으로는 우습게 시작한 일이지만, 4.18이 촉발요인이 되어 4.19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김교수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져도 괜찮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연 지금 우리 사회에 그같은 뜨거움이 있는가, 그 때의 그것을 지닐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김교수의 말대로 지금은 변화의 시대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관리되는 시대라 좀처럼 그때와 같이 너도나도 거리로 뛰쳐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 다 식어서 축 늘어진 상태, 어쩌면 물이 끓다가 끓다가 다 쫄아서 더이상 끓을 게 없이 말라버린 상태는 아닌가…나만 봐도 그렇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