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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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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챌
커뮤니티 시비걸기에서 펌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여성은 위험에 처할 확률도 높고, 같은 능력을 가졌어도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자라는 것만으로도 한국에서 하등의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똑똑한 여자는 남자보다 더 건전한 인간이 될 확률이 높다.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 아내 김미선(36세, 무용가), 초등학교 1학년인 딸 김단, 5살 난 아들 김건 이렇게 셋이다.
자신을 B급좌파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좌파 또는 진보의 개념은 다양하게 쓰인다. 광범위하게 말하면 현재의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내 경우 구체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반대하는 것이다. 스스로 B급좌파라고 말하는 것은 제대로된 좌파가 아니라는 겸손의 차원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된다.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다. 80년대 한국 좌파들은 90년대 들어 개연성 없이 대거청산했다. 주체적 능력보다는 적대 대상의 극악함에 기생하는 바가 컸는데그걸 반성하는 의미도 있다.
그럼 우리 사회에서 ‘A급좌파’라고 지칭할 수 있는 사람은 있는가?
▶나 자신을 B급이라고 지칭하긴 하지만, 남한테 라벨을 붙이긴 쉽지 않다. 서준식 선생을 존경한다.
우리 사회의 보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 보수란 현재상태를 개선하면서 지키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 사회의 보수란 사상이 아니라 그저 욕망일 뿐이다. 가진 것을 내놓지 않으려는 것을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반공주의 아니면 아무 생각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정신적으로 몇 년 사이에 근대화되고 있다.
우리사회의 웬만한 지식인들은 진보를 표방한다. 그런데 왜 우리사회가 바뀌지 않는다고 보는가?
▶ 진보는 주장되는 것이 아니라 증명되는 것이다. 좌파를 표방하는 학자들의 대부분은 학술적인 의미의 좌파일 뿐이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50년동안 극우만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나라 아닌가? 보수, 진보의 개념이 생긴 것도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강준만을 좌익으로 보겠지만 실은 그가 거의 유일한 보수주의자다.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에서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토론은 지식인의 임무이며, 비판은 인격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발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비슷한 계보에 속한 지식인들 사이의 비판과 토론이 전무하다는 건 한국 지식인들이 10대 양아치들보다 못함을 방증한다.
스스로 좋은 마초가 되고자 노력한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 남자답다 여자답다 보다는 인간답다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길러진 정서란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말하자면 현재 나는 노력하는 마초다.
그렇다면 100인위나 월장의 활동이 연대가능한 마초 또는 비교적 착한 마초들의 등을 돌리게한 전술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보나?
▶ 백인위의 활동은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방법상의 문제 때문에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않다. 방법상의 문제는 비판과 토론을 통해 개선하면 된다. 그들의 경직된 태도, 피해의식을 이해해야한다. 당해만 오다가 처음으로 말하는 여성들로서는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방법까지 무난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참으로 한가한 얘기다.
그렇지만 그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비판은 필요하지 않나?
▶ 그렇다. 운동이라는 것은 운동의 지향에 대해 이미 찬성하는 사람들기리 카타르시스 하는게 아니라 반대하거나, 중립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여 세를 키우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경직성을 우리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삶에 대해서 절실하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논평자로 남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페미니즘 운동도 가지각색이고 나는 여성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단지 억압받는자를 옹호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집에 가면 아내에게 폭언을 일삼는 등 성적불평등을 모르는 놈과 페미니즘 운동을 하면서 계급적 불평등을 고민을 하지 않는 여자들을 똑같이 경멸한다.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요즘의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교권은 지난 50년동안 차고 넘쳤고, 학생의 인권은 전혀 없었다. 이제 그것을 공정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약간의 문제로 교권추락을 얘기하는 것은 코믹한 일이다. 사실 우리때도 선생을 때리는 학생은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만 생각하지 말고, 연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생각은?
▶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미인대회면 된다. 실은 여자의 미적기준을 미스코리아 방식으로 두는 사람들이 90%가 넘는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그 자체로 큰 해약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나의 프로그램일 뿐이다. 미스코리아를 재료로 요리하는 상업방송이 더 문제다.
안티미스코리아 등의 미스코리아 운동 반대에 대한 생각은?
▶ 안티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유사 이래 시인들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 않았나? 그것이 상품화되는 것이 나쁜 것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아름다운 여성을 찬미하는 것이 반동적인 것처럼 취급되게 되었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짓말은 구만두고 솔직해지는 게 필요하다. 단지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되고 상품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뿐이다. 어차피 미감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또 다양하기도 하다. 오늘 미인의 기준은 섹스 용도로 일원화하는 것 같다.
혼인빙자간음과 간통죄에 대한 생각은?
▶ 사실 연애문제는 제 3자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 남녀간의 성을 법으로 단속하는 건 봉건적이다. 하지만 윗세대의 부부관계로 볼 때 현실적으로 여성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폐지를 주장하되 그들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
진중권씨와 비슷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이른바 성역파괴 글쓰기니 활동공간이 비슷해서 그런 가 본데, 이념적으로 성격적으로 많이 다르다. 진중권씨가 좌파를 자처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노선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데, 좀더 원칙적인 좌파를 싸잡아 경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있을 거고 누구든 편향이 발견되면 반성하면 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정열을 유지할 자신은 있는가?
▶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늙는다는 건 성숙해진다기보다는 밋밋해지는 것이다. 오늘 여기의 분명한 판단보다는 시공을 초월하는 진리에 관심을 갖게 될 때 지식인으로선 죽음을 맞은 것이다.
쾌도난담을 같이 했던 김어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개인적으로 귀여운 후배다. 좌파는 아니지만, 통찰력도 있고, 재미있고, 상식선의 사회의식을 가지고 있다. 딴지일보를 기업화해서 고생하는게 마음이 아프다. 발랄한 생각이 부담감에 눌리는 것 같아 아깝고. 쾌도난담을 제의받았을 때 김어준을 추천한 이유는 명랑해지기 위해서였다. 쾌도난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김어준이 주도한 셈이다.
김어준이 내가 여자면 이 아저씨랑 사귀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 그 친구한테도 얘기했지만 난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여자 김어준은 상상할 수 없다.
최보은과 교우한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불편하다고 말한 것을 들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우리시대 한국의 지식인 남성이 갖고 있는 여성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빚진 것 같은 기분 그런 것은 아닌가?
▶ 최보은씨는 내 생각에 좀 편향된 페미니스트다. 하지만 그 편향이 그의 삶에서 나온 것이라면 나는 더 이상 논평하고 싶진 않다. 나하고 같이 일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아내에 대해, 딸에 대해 노력을 많이 한다. 특별히 빚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이 억압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야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중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 대도 조세형과 강준만 교수다. 조세형씨는 마초적 매력 대문에, 강준만씨는 좋은 교수라서다. 조교에게 존대말을 할 정도로 민주적이며,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수업에도 충실하다.
시사저널의 편집장 김훈이 쾌도난담에서의 여성비하 발언 때문에 물러난 적 있다. 한겨레측의 음모론도 제기되었는데.
▶ 그의 발언은 의도적이었고 자해에 가까웠다. 음모는 커녕 나는 오히려 그가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 나중에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언론개혁에 대한 생각은?
▶ 한국인들이 정신의 근대화를 겪고 있고 안티조선이나 언론개혁운동은 그런 변화를 드러낸다. 일시적 반동을 맞을수도 있겠지만 언론개혁이 언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근대화의 반영이기에 그 대세는 누구도 뒤집기 어렵다고 본다.
어느 신문에서 자주 가는 사이트 중에 스노우캣(http://www.snowcat.co.kr)이란 애니메이션 사이트가 있던데, 좀 의외였다. 자폐증이 의심될 정도로 언론을 기피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 친한 후배고, 착하고 좋은 친구다. 탈사회적이고, 탈정치적이지만 실은 매우 급진적이다. 주류 사회의 룰과 미덕을 모조리 거부하는 작품세계를 추구한다. 공동작업을 준비중인데, 아직은 비밀이다.
공동작업, 두 사람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인간은 좋으나 예술적 역량이 없다는 것처럼 예술가에게 끔찍한 일은 없다. 황석영보다 인간적으로 칭찬받는 사람은 많지만, 그보다 예술적으로 존경받는 소설가는 없다. 스노우캑의 작가 권윤주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재능이 진보에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은일인가?
삶에 영향을 끼친 인물은 누구인가?
▶ 예수이다. 그렇지만 교회는 잘 안나간다. 한국교회는 실은 대부분 교회가 아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 출판계 언저리에 10년 있었고 이제 제대로 된 출판을 준비중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좌파이념을 전파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자본의 신에 사로잡혀 있다. 가난한 아버지를 존경하는 자식은 없다. 그들을 구원하는 책들을 만들 것이다. 현재 젊은이들은 지나치게 탈정치적이다.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아동물에도 관심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내 당대에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몇세대는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전태일이나 광주항쟁의 윤상원 같은 사람들을 위인으로 가르치고, 공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
김규항의 여성문제에 대한 글쓰기
김규항의 칼럼은 극우, 지식인, 천민 자본주의, 종교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주요한 주제들을 거침없이 다루어왔다. 강준만 교수는 그의 글에서 “한국의 내노라 하는 지식인들이 숭배하는 어떤 서구의 석학들로부터도 건질 수 없었던 그 어떤 소중한 깨달음을 자주 얻는다”고 말하면서 김규항의 글을 꿰뚫는 가장 중요한 정신을 ‘위선에 대한 강한 혐오’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김규항 자신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는 ‘마초의 꿈’이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마초다. 졸렬하나마 진보주의자 노릇을 하고 사는 내가 마초인 게 자랑일 순 없겠으나 문제는 내 현실적 처지다. 나는 내가 남자의 세계'를 좇는 일이
여성의 세계’를 억압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늘 긴장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긴장을 유지한다면 좋은 마초란 좋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긴장을 생략한 마초란 그저 쓰레기와 같다.
우울하게도 한국은 그런 쓰레기들, 악성 마초들로 그득하다. 악성 마초들은 얼핏 마초보다 더욱 마초답지만(거칠고 뚝뚝한, `의리’를 남발하는 말투 따위) 나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 한없이 당당하고 나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한없이 부드럽다는 마초의 기본을 전적으로 거스른다. 악성 마초들은 저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한없이 당당하고 저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 한없이 부드럽다. 요컨대 악성 마초들은 여성, 아이, 후배, 부하 앞에서 강해지며, 대개 폭력적이다. 가정폭력을 포함, 가장 야비한 유형의 이런저런 폭력들이 악성 마초들의 전유물인 건 그래서다.
내 딸과 아들은 여자다운 여자나 남자다운 남자를 넘어 인간다운 인간에 좀더 접근할 것이다. 도리 없는 마초의 `과도적 꿈’이다”
김규항은 ‘아들키우기’라는 글을 통해 애당초 아들을 갖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세상에 한 명의 가해자를 추가하느니 차라리 한 명의 피해자를 낳아 강하게 키우는 편이 낫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세상의 절반이나 되는 여성들이 단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감수해야 하는 갖은 불공정함을 놓아 둔 채 어떤 진보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성적 차별은 ‘사나이’로부터 나온다.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사내다운 사나이가 존재’하기 위해선 언제나 ‘여자다운 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나이’란 말은 온갖 범죄, 온갖 악행, 온갖 불평등, 온갖 권위주의, 온갖 파시즘의 면죄부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 더러운 세상은 그저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사나이들이 뒤섞여 저마다의 사내다움을 과시하고 경합하는 과정의 부산물인 것이다”
그는 또 드라마 <아줌마>를 ‘오삼숙과 그의 일당들 같은 순결한 민중들’은 1930년대 소비에트 선동극에나 존재한다고 비난한 김영하에 대해 ‘장진구에게’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소비에트 선동극 속의 민중들은 생으로 지어낸 인물들이 아니다. 억압의 상태에서 싸우는 순간, 사람은 누구나 순결해진다. 어떤 졸렬한 인간도, 억압의 상태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순간 가장 순결해지는 것. 우리가 사람인 이유이자 역사에 절망하지 않는 이유다”
[자료참조]우먼타임스 http://www.womantimes.com감독 : 임순례
출연 : 이얼, 박원상, 황정민, 오광록, 오지혜, 류승범
별볼일 없는 인생이 있다. 사실 몇 퍼센트의 삶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별볼일 없는 삶이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은 몇 개 안되지만 그것을 따려고 달려드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와이키키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삼류 밴드원들의 삶은 특히 별과는 수억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영화에서 별볼일 있어 보이는 인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비루하고 지저분함을 강요당하는, 세상 앞에서 발가벗기를 획책당하는 이들 뿐이다. 우리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멤버들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의 볕뜰 날 없는 일상에 질식당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잘 나가던 한때가 있었다. 화려한 일류 밴드를 꿈꾸지는 못할 망정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던 시절. 강요당한 발가벗음이 아닌, 순수의 발가벗음이 마냥신났던 시절. 룸싸롱에서 만취한 사장 놈들이 성우를 발가벗길 때 그 시절 발가벗고 해변을 뛰어놀던 충고 보이스, 아니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오버랩 될 때면 성우의 현실은 더할나위 없는 넝마주이의 모습 그대로다.
‘너 지금 행복하니? 우리 중에 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밖에 없잖아.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음악 하고 사니까 행복하냐구…’ 왕년의 고교 밴드 멤버였던 수철 놈이 실직하고는 찾아와 술자리에서 성우에게 던지는 이 질문에 성우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수철과 인기는 건축회사 사원과 환경 운동가가 되어 괴로운 대립을 해야만 하고, 그렇게 세상은 고교시절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산산이 갈라지게 하고 피폐케 한다.
현재 성우와 함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꾸려가는 드러머 강수와 키보드 정석, 그 녀석들은 더하다. 강수는 정석에게 자신이 점찍은 여자를 뺏기고는 약물에 취해 버리고 정석은 꼬신 여자 기둥서방의 칼에 맞는다. 강수는 결국 나이트 클럽에서 쫓겨나 버스 운전을 하고 정석은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해체되자 여수로 떠 버린다.
이런 식이다. 임순례 감독은 세상의 가장자리 구석에 놓여 그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는 이들의 출구 없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세친구’에서도 그러했다. 세상의 시스템이 옥죄어올 때 그냥 힘없이 질식해 버리는 인물이 그의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 입대를 앞둔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한숨과 함께 줄담배를 필 수밖에 없었다 – 꿈은 현실이 아니고 현실은 꿈이 아니다. 그 누구도 현실에서 희열을 느끼지 못하는 질식 상태. 그러나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트로트에서 락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들이 영화 내내 울리면서 우리 힘없는 인생들을 응원한다. 그들은 무력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아니, 절망의 늪에 빠진 발을 애써 빼내려 한다. 그들은 영원히 세상으로부터 구원받지 못할 것이나 다만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지겹도록 늪에 쳐박히는 발을 힘겹게 힘겹게 빼내면서. 음악이, 추억이, 희망이 어리석게도 그 발을 계속 빼도록 만들 것이다.
성우와 그의 첫사랑 인희, 그 외 모든 이들의 물러설 데 없는 삶은 근근이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또 그러해야 함을 우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마음 속으로 공감하게 된다. 재결성된 와이키키 브라더스, 인희가 성우를 따라 삼류 밴드의 일원이 되었을 때, 남편 잃고 배추 장사하던 그녀는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사랑밖에 난 몰라’를 감질맛 나게 부르면서 – 그러나 비루함의 한줌도 덜어내지 못할 –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다. 이들의 앞에 놓인 것은 희망과 행복의 성이 아님을 누구나 알지만 이들을 향해 눈물과 웃음으로 ‘계속 나아가라’고 하는 마음 속 기원을 보냄은 누구나 떨쳐낼 수 없다. 그것은 그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면서 동시에 현실에 힘빠져 자살하기 일보직전인 우리들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그런 식으로 이 영화는 우리를 감싸안는다. 간만에 느끼는 푸근함이다.
성우의 기타 스승이 예나 지금이나 피토하도록 소주 마셔 대며 부르던 그 지긋지긋한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봄비를 맞으며 충무로를 걸으면…
episode 2 : 룸메이트 재학이 녀석이랑 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데 왼쪽 편에 어떤 아저씨가 와서 앉았다. 재학이 녀석이 영화 다 보고 나서 옆에서 계속 킁킁 거려서 신경 쓰이더라 하고 있는데 그 사람 얼굴 보니 문성근이었다. 얼른 그 양반한테 사인 받아놨다. 으허…
p.s : 앞으로도 긴 시간동안 시사회 순례를 하고서 10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시사회를 적극 참여해 보심이 어떨지. 최대 관객 대상 시사회라고 함.(2만명)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