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후배와 함께 한 출사에서 후배 녀석은 이 남루한 건물을 찍으면서 씁쓸해 했다.
후배는 우리에게는 취미 또는 유희를 위한 소재일 뿐이겠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삶터이자 현실이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했다.
나 역시 결코 유쾌한 기분으로 찍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진 또는 예술이 항상 단순한 유희의 찌꺼기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결국 사진은 시선의 문제다.
유희의 대상으로 즐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야 하지 않을까…
평소에는 사진이 내 유희의 도구이지만, 때로는 이러한 기회를 빌어 사진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기를 고대한다.
사실 언젠가 내 사진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그 기다림이 오랜 세월을 기약하는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진 또는 예술이 언제나 유희일 뿐이라면 나는 카메라를 집어 던지는 게 낫다.
[년도:] 2004년
Scene No.23
α-7, 24-105mm f3.5-4.5, Kodak Elite Chrome 100
Scene No.22
α-7, 24-105mm f3.5-4.5, Kodak Elite Chrome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