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빈곤과 누추함을 주로 담는 건 사실이다.
이건 어떤 의식적인 시도와 그것에 앞서는 이끌림이 동반된 결과다.
그 사진들에 소극적인 정치적 관심 표명과 얄팍한 동정 또는 겉멋 든 노스텔지아, 그리고 이것들로 주워담는 자위가 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나는 객관적으로 보증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변명하고 싶은 것은 항상 그런 허위의식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수긍하고 경계하는 것, 일말의 빈곤과 누추함을 피사체로 다룬다면 그것을 주관적 감정이입보다는 객관적 응시의 방법으로 다루는 것, 그리고 그것을 순전히 정치적, 감상주의적인 형태로서가 아니라 그것만의 미적인 형태로서 드러내는 것…이런 원칙들에 대해 나름의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노력의 결과는 단지 사진으로써만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겠다.(지금 나는 자신있다는 건방을 떨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 자신없음을 진인사 대천명으로 얼버무리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오해할까봐 하는 말이지만 나는…사진을 이 무거운 의미의 덩어리로만 보지는 않는다.
사진으로 주로 놀고 가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