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스토리(Postcards from the Edge, 1990) 감독 : 마이크 니콜스 출연 : 메릴 스트립, 셜리 맥클레인, 데니스 퀘이드, 리차드 드레이퍼스, 메리 윅스
헐리웃 스토리(Postcards from the Edge, 1990)의 엔딩 장면 약 10년쯤 전 우연히 OCN에서 봤던 영화다. 유명한 배우인 어머니와 그 그늘과 싸우며 배우의 길을 가려는 딸의 이야기. 내게는 모녀의 연기보다 사실 이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로 기억에 남는다. 물론 잔잔하게 진행되던 감정선이 이 마지막 노래로 응축, 발사되기도 하지만 메릴 스트립의 완벽에 가까운 노래는 그 자체로 OCN 광고가 나오고 있는데도 브라운관을 멍하게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노래 제목도 모르겠고 Checking Out…Hotel…이라는 중간중간의 가사만 기억났었는데… 오늘 갑자기 울컥 생각나서 필사적으로 찾아냈다. 영화를 봤을 때도 이 노래 어떻게든 구해 보려 했지만 허사였는데 잉글랜드 랭커셔의 Eolake라는 친구가 이 영화를 열렬히 사랑하는 덕분에 나도 그 덕을 봤다.
윈도 비스타가 출시된 지도 오래됐고 나도 설치해서 쓴 지 한참 됐지만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포스팅해 본다. 나는 필름스캐너를 현재 니콘 Coolscan V ed (LS-50 ed와 동일)를 쓰고 있다. 문제는 니콘 스캐너들이 아직 윈도 비스타를 지원하는 드라이버를 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녀석들이 스캐너쪽 사업을 접으려는 건지 도무지 드라이버 개발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비스타 운영체제를 쓰려는 사람들은 조금 길을 둘러 와야 한다. 하지만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니콘 드라이버를 설치할 때 설치파일(setup.exe 또는 Zip파일 자체)에 마우스 우클릭 – 속성 – 호환성 – 호환모드 – 이 프로그램을 실행할 호환 모드를 Windows XP(서비스팩 2)로 선택한 후 실행하면 된다. (물론 다른 버전으로 해도 상관없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Nikonscan 4.0을 설치했고 4.02 Updater도 깔았다. 그리고 나는 실버패스트를 스캔 프로그램으로 쓰는데 현재 비스타 드라이버가 나온 스캐너들은 비스타 버전 프로그램을 내 놓고 있지만 역시 니콘 모델들은 XP까지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냥 비스타에서도 이걸 받아 설치해도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간다. 조금 찝찝하지만, 잘 돌아간다.
추가(2008.03.23) : 니콘에서 드디어 비스타용 스캐너 드라이버를 내 놓았다. 물론 32bit용만이다. 이제 찝찝한 느낌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같이 일하는 경록씨한테 드레스 투 킬 DVD를 구해서 다시 보게 됐다.
약 10년 전에 이걸 보면서 혼자 아주 열광했던 기억이 있고, 지금도 누누이 침을 튀기며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완전히 내 잘못된 기억, 착각이었다.
그건 그 유명한 박물관 시퀀스다.
중반부에 살해당하는 케이트 밀러 부인의 성적 욕망을 이 장면이 압축하고 상징하고 설명한다.
아들이 밤을 새고 난 뒤라 혼자 박물관에 가게 된 밀러 부인은 품위 있는 중년 부인의 모습으로 박물관의 작품들과 그걸 감상하는 사람들의 군상을 조용히 지켜본다.
한 가족의 어머니, 아내의 위치에서 잠시 벗어난 밀러 부인은 이 박물관에서 한 중년 남자에게 순간 끌리게 된다.
(이 남자는 갑자기 밀러 부인 옆자리에 와서 앉고 밀러 부인과 미묘한 눈빛을 주고 받는다. 밀러 부인의 욕망에는 둘 다 책임이 있어 보인다.)
발을 꼬고 탁탁 바닥을 치며 잠시 고민하다 그 남자에게 접근하려 하지만 이내 남자는 자리를 뜨고, 밀러 부인은 급히 그 남자의 뒤를 쫓는다.
(이 남자는 뒤를 힐긋힐긋 보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나 잡아 봐라 하는 것처럼. 결국 마지막에 이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이건 밀러 부인과 중년 남자의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신이다.
그리고 이 장면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것은 밀러 부인이 떨어뜨린 장갑이다.
장갑은 밀러 부인이 흘려 놓은 욕망의 물적 단서다.
밀러 부인은 한 번은 욕망의 대상을 따라 추격신을 벌였다면, 다른 한 번은 자신의 욕망을 다시 누르고 자신이 흘린 욕망의 단서를 회수하기 위해 추격신을 벌인다.
그러나 이 단서는 정확히 전해져야 할 사람에게 도착한다.
하나는 그 중년 남자에게, 다른 하나는 (밀러 부인의 욕망을 단죄할) 살인마에게.
달리 말하면 하나는 밀러 부인의 성적 욕망에, 다른 하나는 사건이 벌어지고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 영화의 서사의 욕망에.
그러니까 박물관 시퀀스는 밀러 부인의 다른 한 쪽 장갑을 살인마에게 전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어쨌든 이 박물관 장면은 중후한 음악과 매끄럽고 치밀한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거의 완벽하게 표현됐다.
그런데 이 장면에 대한 어이없는 내 착각은…
이 장면이 한 숏으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그건 브라이언 드 팔마에 대한 나의 기술적 완성도의 표지 같은 믿음이었는데 이게 내 기억의 속임수였던 것이다.
나는 그 때 스태디 캠의 매끄러운 움직임에 매료됐고, 그 완벽한 움직임에 대한 내 환상 같은 것이 이 장면의 여러 숏들을 물리적으로 이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시퀀스는 영화적 환상을 보여주는 어떤 정점에 있다고 말할 만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