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리나라만의 상황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게 구체적 정황을 갖고 드는 생각은 아니지만
한국의 사진계는 기술적 엄밀성은 가혹할 정도지만
미학적 엄밀성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가끔 내게 렌즈, 색수차, 최고 셔터스피드, 초점흐려짐, 노출, 조명, 스트로보, 세트, 현상, 인화, 버닝, 닷징 등등으로 사진의 모든 세계를 말하는 양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그 경멸감을 다해서 뭉개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예술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현실에 민감하고 다른 세계에 목말라야 할텐데 한낱 물신주의자에 지나지 않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년도:] 2007년
어릴 적 동네 신천3동
XD-11, MD Rokkor 24mm f2.8, APX 100, with Orange
2007년 2월 설 바로 다음날
내 옛날 사진들
설에 대구 내려가서 오랜만에 옛날 사진과 기록들을 끄집어 냈다.
대개의 부족한 중산층이 그렇겠지만 우리 식구는 흔한 외식도 없었고 야유회 가는 일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옛날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사진은 몇 장 있으니 다행이다.
내가 어릴 때 이러저러했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완전히 다른 내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우리 집의 경제적 어려움을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부모님의 고통, 특히 어머니의 괴로운 생활을 되도록 내가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것 정도다.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하다니 지나치고 미련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것을 배려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부모님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나는 지금의 고난에 대한 보상이자 희망이었다.
초중고 시절 나쁘지 않았던 성적은 그 확증이었고 때문에 어떤 희생도 감내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걸 멈추라고 하고 싶다.
당신의 과거와 미래에 속박되지 말고 현재를 즐기시라 말하고 싶다.
끝나지 않는 설득이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