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내가 기대하는 범주에서 다양한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극소수이겠지만 같은 팀과 옆 팀에 좌파의 이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지키려 하는 선배가 있어 첫 직장 때 느꼈던 말 그대로 ‘섬’이 된 듯한 고립감은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안을 받기에는 나는 신입사원이다.
조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지금 분별이 부족한 꼬마 같은 취급을 받는다.
딴에는 배려해 준다고 나를 대하는 것이 너무나도 위계적인 사고에 근거한 것이기에 나는 불쾌하고 난처하다.
나이와 직급과 짬밥이 한 인격을 규정하는 것.
그래, 익히 봐 온 군조직의 행동양식 그대로다.
나는 이게 너무 낯선데 사람들은 아주 당연한 듯 행동한다.
내가 본래 난처한 상황을 잘 버무리는 능구렁이 같은 처세술이 없어서 그런지 이거 곤욕이다.
머리 속에서는 메타에 메타를 고민하고 싶어도 현실에서는 기본에 대한 고민에 항상 붙잡힌다.
에이씨.
이게 바로 영혼을 파는 것이겠지.

 

지인의 사진 전시회를 찾아가는 길에 자두 5집의 ‘식사부터 하세요’를 듣다가 눈물이 날 뻔 했다.
좀 난데 없는 반응이었는데, 원래 버전보다 더 차분해진 톤이 토닥거리며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달까…
내가 점점 약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종각 쪽을 지나면 항상 생각나는 사진쟁이 1019.
얼떨결에 상도 받고 전시회도 해 봐서이기도 하겠지만 잘 난 채 하지 않는 못난 모양새가 더 사랑스러웠던 곳이다.
어깨 힘 팍 줬는데 아무 것도 아닌 다른 사진 카페들과 달리 이 곳에 걸리는 사진들은 담백하고 아마추어의 아둥바둥하는 사진작업의 냄새가 고스란히 느껴지고는 했다.
그 아둥바둥은 사진 속에 자신의 시선(또는 그것의 지움)을 어떻게든 새겨 보려고 하는 원초적인 사진쟁이의 욕망이었고, 그래서 1019는 가장 사진적인 사진 카페였다.
(그 중에 나는 3년쯤 전 봤던 군 생활 동안 찍은 스냅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서유민님과 함께 처음으로 1019를 찾았을 때 봤던 사진이기도 하다.)
최근 거취의 변화로 정신 없어 하다가 들어간 회사의 본사가 종각 쪽이기에 본사 쪽에서 퇴근하는 길에 종종 가 봤는데 항상 문이 닫혀 있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다가 최근에서야 1019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이 곳이 문을 닫게 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최광호 선생님께, 아니면 사장님 호호 아줌마께, 그도 아니면 사진쟁이 1019 집단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지 모르지만 종로에 자리한 나만의 사랑스러운 공간 하나가 혼란함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다시 생활의 패턴을 잡고 나면 열심히 사진을 찍어 다시 한 번 꼭 걸어보겠노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타깝다.
이제 종각에서 사람을 만나면 대충 앉아 이야기 나눌 다락방이 더이상 없다.
사진들이 벽을 치고 나를 지켜보고 있고, 나는 앞에 앉은 사람과 사진을 삼키고 씹으면서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카페가 이제 없다.



좋아하는 이들에게 천천히, 조금씩 소개시켜주고 싶은 그런 사랑스러운 공간들은 항상 내 리듬보다 더 빨리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