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D-11, 24mm, Ilford Delta 100

20091004.

추석 연휴 마지막날.
할머니가 심하게 좋지 않은 허리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해서 심어 놓은 콩, 그 콩을 뽑아야 한다고 보채서 하는 수 없이 동생 화섭이와 함께 서울 올라가기 전에 시골에 들렀다.
처음에는 두 시간 정도면 끝난다길래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밭이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그리고 뿌리 박고 있는 콩들은 어찌나 많은지 나는 금방 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음을 비운다 치고 하나 둘 뽑고 있는데 남아 있는 콩들은 줄어들지를 않는다.
조급할수록 쉽게 지치는 법.
콩을 뽑으면서 나는 소 같은 묵묵함, 은근과 끈기 따위 농사꾼의 덕목을 되새기고 있었다.
이게 농경사회의 삶의 태도다.
쉽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무언가를 매진하는 것, 한 일에 침잠하여 흙과 손과 발에 자신을 의탁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자유 같은 것 말이다.
현대사회의 속도에 비하면 이건 너무나도 미련하고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자연에 사물에 대해 집중하면서도 관조할 수 있는 것 아닐까…따위의 생각들.
하지만 농사꾼 중에도 성질 급한 사람은 있는 법이다.
할머니는 손자들 올라가는 시간이 늦어질까봐 3분의 2 정도를 뽑아 놓고는 어서 내려가자고 난리다.
재촉하고 깝치는 괄괄한 목소리르 나머지 3분의 1 동안 못 들은 채 해야 했다.
이 미련한 농사 일을 할머니는 왜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요즘 트위터가 대세란다.

미투데이가 한창 뜰 때에도 나는 그 효용성을 잘 몰랐고 트위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나는 짧은 수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대수롭지 않거나 짤막한 생각들, 다시 말해 블로그에 쓰기에는 뻘쭘하거나 허무한 생각들, 길게 쓰기에는 번거로운 순간(이럴 때가 아주 많다)에 트위터는 아주 유용한 대체 창구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사진도 가뜩이나 올리지 않는 요즘, 일에 치이면서도 짤막하게 관심사에 대해 던지는 수다가 나쁘지 않다.
그래서 나도 요즘 트위터를 아주 조금 한다.

내 이번에는 반드시 부산영화제에 가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불타고 있다.
10월 9~11일, 2박 3일은 정말 물러설 수 없는 일정이다.
회사 행사가 제발 겹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후배 곤이는 이미 정성일의 영화 ‘카페 느와르’를 예매했다.
9일 아침 10시.
그런데 다른 영화들은 정말이지 예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순식간이었단다.
다른 뾰족한 영화 예매한 것이 없다.
게다가 곤이 녀석이 예약 신청한 회사 콘도도 예약이 차서 실패했단다.
차선으로 나도 회사 콘도 예약 신청을 해 놨다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그러면 어떤가.
나는 지금 영화제에 가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불타고 있다.
‘아직도’ 후배 곤이와 가야 한다는 게 조금 씁쓸할 뿐…ㅡ.ㅡ;
(녀석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일 거다.)
이번에는 갈 수 있을 거야.
‘카페 느와르’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부산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