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도 않는 블로그를 텍스트큐브에서 워드프레스로 바꿔 버렸다.
이유 없이 지쳐 가고 낙도 없고 해서 의미 없이 몰두할 거리를 찾다가 이렇게 일을 저질러 버렸다.
2001년 제로보드로 만든 홈페이지부터 말도 안 되는 잡설과 스크랩을 모아 온 것이 용량이 1기가가 가까이 된다 ㄷㄷㄷ
사실 사진을 열심히 올리면서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아무튼 이 글들을 고스란히 워드프레스로 옮겼다.
하지만 방명록을 지원하지 않는 워드프레스로 옮기면서 기존 방명록 글들은 모두 사라졌다. 유감이다.
텍스트큐브 버전을 백업해 놓았으니 나 혼자 생각 날 때 가끔 찾아보겠다.
그리고 개별 글의 주소 체계를 고유 번호 방식으로 유지는 하지만 기존에 부여된 주소는 모두 바뀐다.
그래서 아마 예전에 여기 글을 링크 건 이들은 들어와서 엉뚱한 글들을 마주하고 당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감스럽다.
나는 미디어로서가 아니라 아카이브로서 블로그를 활용하는 편이다.
자료 창고의 역할은 하되 의견 공유와 대화의 창구가 되기에는 자질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예전 글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깊고 길게 생각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트위터 같이 짧은 글을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방식에 익숙해져 간다.
트위터로 짤막하게 잡담이나 늘어 놓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블로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여기에 잡담을 늘어 놓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말아야겠다.
그래서 모양새도 되도록 텀블러처럼 단순하고 간결한 것으로 꾸렸다.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앞으로 찍게 될 사진은 모두 플리커에 올릴 생각이다.
플리커에 쓸데없고 정제되지 않은 내 사진들이 수천 장 있으니 앞으로는 그 곳을 들러 감상하길 권한다.
연휴의 잉여를 여기 모두 쏟아 부었더니 피곤하다 ㅠ.ㅠ

텍스트큐브의 마지막 모습을 스크린샷으로 기념해 두어야지.

2005년 10월쯤 태어났으니
연두 나이가 벌써 여섯 살…
여섯 살이라니!
연두는 이미 중년을 넘었다.
이렇게 점프해 대는 시간을 자각할 때마다
그 충격으로
머리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진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나 자신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도주하고 있다.
아니면 내가 시간으로부터 도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시간 앞에서
나는 지나 온 모든 것에 대해 후회하고 뉘우치지 않을 수 없다.
연두야…사티야…너희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