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을 보고 나서 이야기의 모든 것이 미심쩍었으나 개인사로 인해 금방 잊어 버렸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곡성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는데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구성 요소가 스스로를 수습하지 않고 있다. 인과를 비틀고 동기를 무화하며 상황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의미를 창출하는 작품도 많은데, 곡성은 동일한 방법론으로 그저 의미 없는 현혹만 남긴다. 관객을 현혹하는 것만이 이 영화의 목적이라면 얼마나 악의적인가. 특히 이 영화가 의심이라는 죄악을 다루는 방식은 어떤 악평을 해도 모자라지 않다. 의심을 죄악시하면서도 실제 그 의심이 맞다고 결론 내리고, 가해자의 도사린 폭력보다 피해자의 의심과 그 의심이 미끼를 물어 버린 것이 잘못이라고 판결한다. 이 무책임하게 자기 모순적이고 악의적인 무의미 앞에서 각자 내 놓는 해석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년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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