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증이 퍼지고 몇 년 후에 기생생물을 얼굴에서 제거하는 실험이 성공했지만, 시몬인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습니다. 우리는 그냥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가기로 결정했어요.”

“이해할 수 없네요.”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소은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여자는 유일하게 가려지지 않은 두 눈으로 소은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여자가 말했다.

“어차피 가면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르지요. 생각해보세요. 저는 지금 당신을 향해 웃고 있을까요? 아니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그게 제 진심일까요?”

소은은 말문이 막혔다.

“가면이 우리에게 온 이후로 우리는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면은 거짓 표정을 만들어내는 대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게 시몬 사람들이 여전히 가면을 쓰는 이유랍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지구행 우주선이 잠시 뒤에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왔고, 여자는 바닥에 놓여 있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소은이 물었다.

“그래도 떼어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사람들의 가면 뒤 진짜 얼굴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가면 뒤에 진짜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몬을 떠나며』,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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