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의 언어를 빌려 말하자면 그는 끊임없이 자기 진영을 떠나 상대 진영으로, 적들의 마음 속으로 넘어가는 끝없는 ‘배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적대 안에서 다른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편드는 것’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배신을 통해 적의 입장에 서고 그에 쉽게 공감하며 그와 함께 행동하는 것을 통해 ‘공동성’이 형성된다. 이 공동성이야말로 멀든 가깝든 상이한 개체들 사이에 우정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 이진경,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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