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클레이터는 영화 속 인물들, 특히 메이슨의 불안과 상처가 가시화되기 직전 이듬해로 건너뛰고, 그때가 오기까지 인물들이 살아내야 했을 시간을 짐작 속에 묻어두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시간 조각을 잇는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이들에게 다음 해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는 마음보다는 지금 이들을 감싸는 불안과 상처가 또 어떤 식으로 견뎌지고 망각되며 지나갈까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지만 자꾸만 과거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며 저 시간은 정말 지나간 것일까 묻게 만드는 것이다.
링클레이터는 그가 사춘기의 반항을 내지르는 단 한 장면에도 영화를 할애하지 않는다. 그런 시간을 보여주는 대신, 그는 성장했으나 변질되지 않았다는 믿음을 주는 순간들을 선택한다.
링클레이터가 “카메라 앞에서 커가는” 그의 변화를 감지하며 그 시간의 운동을 즐기는 동안, 메이슨은 그 운동에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순간을 정지시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직 아무것도 잊지 못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는데, 그 감정들을 속으로 누르고 해소하지 못한 채 시간의 전환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영화적 운명에 그는 그렇게 고요하게 저항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