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영화 비평 읽기 수업에서는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 중 단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유운성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떠오른 분개 어린 문구다. ‘점잔빼는 문장.’ 거장 감독의 권위 앞에서 자기가 품은 비판의 날을 솔직하게 벼르지 못하고 비껴 가는 평가를 비겁하다 말하는 이 표현이 단도직입적이어서 통쾌하다. 그런데 돌아서니 이 문구가 다르게도 들린다. 얼마간 이 점잔 빼는 문장에서 자유롭지 않은 비평이 있을까. 현실로 눈을 돌리면 “이게 다 무언가” 허망함에 무너질지도 모를 이 취약한 진리를 지탱하기 위해 모두가 점잖으려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가. 잠시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반대로 저 신랄한 비판이, 어떤 견고한 자기 확신이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점잖음을 드러낸다. 진리의 취약함에 대한 불안을 감추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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