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에서 김동성은 누구 말대로 우승을 강탈당했다
미국의 편파 판정은 침묵을 무기로 여전히 당당하다
그리고 오늘 깁스를 풀러 병원에 갔다
동행한 고교 친구 경웅이는 잠시 담배를 빨면서 올해 서울대 이공계열 기피 현상과 지방 의대 선호 현상 얘기를 꺼냈다
이공대도 요즘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확실한 생계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방 의대로 몰리고, 더군다나 정작 능력 있는 사람들이 가야 할 내과, 외과 등은 기피하고 성형외과나 이비인후과 등으로 몰리고 있단다
모두 돈 잘되는 곳을 찾아가는, 현대사회의 대순례다
삶의 한 가운데에는 이처럼 돈이 커다란 구멍을 만들고 있어서 삶의 궤적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우리는 어쩌지 못하는 것만 같다
그래도 돈은 언제나 내 영혼을 잠식하고 이에 합당한 반작용이 (여전히 추상적인) 분노를 이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그 구멍의 자리를 점거해야 한다고 할 때 이 돈이라는 구멍에 굳이 분노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정작 분노하게 되는 것은 그 구멍을 온갖 추상적인 허명들이 에워싸고 있어 우리가 그 허명을 좇아 구멍에 인도된다는 것을 목도할 때이다
구멍이 자리잡은 곳에 둘러쳐진 위장막을 걷어내고 보는 현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구원과 자비와 온정과 사랑과 자유와 평등이 실은 허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과후배와 가볍게 나누었지만, 빈 자리는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명목으로 그곳에다 지르기를 포기한 가벼움을 따르지는 않아야겠다고 또 서로를 치기도 했다
깁스를 푼 다리는 힘없이 너덜거려서 여전히 불편하다
그리고 이번 진료에서 탄 약 한아름은 예전에 받아놓고는 다 먹지도 못한 것과 똑같은 것이어서 이 약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분노를 돋운다
* CARLITO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4-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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