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말하기가 너무나 어렵고, 또 두려워졌다. 내 능력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라깡과 지젝을 얄팍하게 만나면서부터 침묵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을 채우던 생각들이 공허하게 떠 버리고, 폐허 위에는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임기응변 몇가지 정도만 남은 듯하다.
여기서 나는 긴장해야 한다. 소위 포스트모던 시대에 나도는, 사적으로는 무법자이나 공적으로는 순응하는 자가 될 것인가 상징적 질서에 저항하는 ‘파괴적 성격’의 소유자가 될 것인가가 이 지점에서 판가름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굳어버린 듯한 상태에서, 도무지 이 말이 흘려 지나가지 않는다.
“파괴적 성격은 인생이 살 값어치가 있다는 감정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살할 만한 값어치가 없다는 감정에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