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남궁민수는 알고 ‘미생’ 장그래는 몰랐던 것? – 프레시안 books.
“기업 사회라는 용어도 있지요. 자본주의의 속성상 어쩔 수 없겠지만, 한국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기업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기업 바깥에 사는 게 어려워졌어요. 바깥이 지옥이니까, 어떻게든 기업 내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전제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아까 나온 쌍용차 분향소에 가는 에피소드가 일회적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 기업 사회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바깥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아쉽습니다. 미생, 즉 생존 자체가 지상과제이며 ‘바깥은 없다’라는 구도 자체를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게 놀라운 겁니다.”
“기업 사회를 비판적으로 다룬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기업을 아이스하키에 비유합니다. 그야말로 전쟁터에요. 아이스하키에는 반칙이 허용되는데, 반칙을 저지르면 몇 분간 퇴장당하는 페널티가 주어져요. 그 다음 다시 나올 수 있으니까, 경기 내에서 반칙이 권장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아이스하키 링크 바깥은 다른 세계잖아요. 거기엔 다른 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거죠. 제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직장 내 문화가 바깥 세상으로까지 확산되는 그 상황 자체입니다. 하버마스를 흉내내자면 ‘생활세계의 기업화’라고 해야 하나, 아까 주인공들에게 사생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주인공들의 사생활은 ‘준비’로만 보여줍니다. 출근 준비.”
퇴근할 때마다 “집에 갔다 올게”라고 말하는 회사 부장이 생각났다. 기업 바깥의 삶을 없애고 기업의 원리에 생활을 맞추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것,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여겨지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