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으로 듣는 김초엽의 소설에 빠져 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들으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순수한 것 그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순수한 평화, 순수한 평등, 순수한 자유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 안에서 데이지는 사랑할 것이 없다. 데이지는 불평등과 억압의 공간 ‘시초지’, 지구에 사랑할 것이 있다고 믿는다. 상처 받고, 문제라고 느끼고, 저항하는 존재가 그 안에서 태어난다. 오직 지옥 안에서만 사랑할 대상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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