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유기자님 소설의 몫일 것 같은데요. 운명의 힘과 맞서는 사랑의 힘이 초점이 되겠지요. 유기자님은 어떤 쪽을 택하실 겁니까? 대부분의 작가들은 사랑의 승리 쪽을 택하더군요.”
그의 입가에 실 같은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상상이 갖고 있는 미덕인지도 모르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상상 속에서 위안을 얻고 있으니까요. 왜 작가들의 상상은 대부분 사랑의 승리를 택할까요? 저 자욱한 안개를 보십시오. 안개는 저렇게 사람들 사이로 흘러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손에 쥘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가들은 손에 쥘 수 있지요. 상상으로서 말입니다. 구레츠키는 슬픔의 강 너머 빛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강을 어떻게 건너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강을 건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요. 배를 타는 것과 스스로 강이 되는 것. 대부분의 작가들은 배를 타더군요. 작고 가볍고 날렵한 상상의 배를.”
그는 돌아서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뭉클한 안개는 이내 그를 가렸고, 나는 멍하니 서서 그가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놓고 있었다. 귓속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일어서고 있었다. 현악기의 한없이 낮은 소리였다. 그 소리에 이어 깊은 슬픔의 노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아름답게 우는 신의 새여
그 아이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오
신의 작은 꽃이여
내 아이가 행복히 잠들 수 있도록 활짝 꽃을 피워주오
정찬의 ‘슬픔의 노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