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에서 제작한 홍보용 단편영화들 중에서 나는 이게 제일 낫다.
이 단편은 과거와 현재, 두 영화를 겹쳐 놓고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기술복제 예술이 인간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영상자료원이 하는 일이 한국 대중문화의 사라져 가는 기억에 관한 어떤 육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나는 부디 영상자료원이 우리 환영과도 같은 기억이 시작되었던 그 뜨거운 육체를 복원하고 지켜 주기를 바란다.
그러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말이다…

메모리즈 : 김종관 감독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내가 기대하는 범주에서 다양한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극소수이겠지만 같은 팀과 옆 팀에 좌파의 이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지키려 하는 선배가 있어 첫 직장 때 느꼈던 말 그대로 ‘섬’이 된 듯한 고립감은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안을 받기에는 나는 신입사원이다.
조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지금 분별이 부족한 꼬마 같은 취급을 받는다.
딴에는 배려해 준다고 나를 대하는 것이 너무나도 위계적인 사고에 근거한 것이기에 나는 불쾌하고 난처하다.
나이와 직급과 짬밥이 한 인격을 규정하는 것.
그래, 익히 봐 온 군조직의 행동양식 그대로다.
나는 이게 너무 낯선데 사람들은 아주 당연한 듯 행동한다.
내가 본래 난처한 상황을 잘 버무리는 능구렁이 같은 처세술이 없어서 그런지 이거 곤욕이다.
머리 속에서는 메타에 메타를 고민하고 싶어도 현실에서는 기본에 대한 고민에 항상 붙잡힌다.
에이씨.
이게 바로 영혼을 파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