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간 부산영화제, 올라오기 전 나는 일행들과 해운대 어디쯤에서 복국을 먹었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복국이라는 음식을 먹었다.

그 식당에서 나는 문소리 장준환 부부가 복국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작년 부산영화제에 내려가서 보게 된 첫번째이자 유일한 영화인들이었다.
그리고 어제 밤 본 하하하에서 문소리와 인물들은 또 복국을 먹고 있었다.
홍상수의 여느 영화처럼 온갖 사건과 인물, 장소와 시간이 반복되는 가운데 나는 현실과 영화가 내 앞에서 반복되고 겹치는 걸 경험하면서 벌벌 떨었다.
그리고 김상경과 문소리가 모텔 방으로 들어간 후에도 이어지던 모텔 복도의 빈자리 숏, 느닷없이 옆 호실 문이 덜컥 열렸다 닫히던 그 장면이 생각나 더욱 ㅎㄷㄷ하다.
그 아무도 드나들지 않고 말없이 닫혔던 문 사이로 유령이라도 오고 간 것일까?
ㄷㄷㄷ
“그 장면요 잘 보면 열린 문 아래로 수박껍질만 슬쩍 내놓고 다시 닫히는 거예요. 옆방이 예지원 유준상 방이라는 거죠. (하하하)” – satii / @ramooh
이랬던 거였군 ㅡ.ㅡ;

추가 : 더욱 ㄷㄷㄷ한 것은 위로 받으러 간 통영에서 엄마한테 종아리나 맞고 울면서 돌아왔다는 것. 세상은 찌질한 인간들을 위로하지 않는다…

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엠비씨 라디오에서 새벽 두 시 영화음악을 듣고 그 여운에 세 시를 넘기면 어김없이 김성호의 ‘회상’이 흘러 나왔다.

그 노래가 슬펐고 새벽의 감성에 취했었다.
어떤 청취자의 사연 있는 노래였는지 디제이가 특별히 아끼는 곡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시간(아마 새벽 세 시 삼십분 경이었던 것 같다)에 꼭 틀어주는 그 곡은 새벽에 애틋함을 반복 경험케 했다.
김성호의 ‘회상’은 그래서 지금 나에게 십 년 전 감정의 기억을 소환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금 새벽 세 시 엠비씨 에프엠 ‘뮤직스트리트 전종환입니다’의 첫 곡은 윤건의 ‘갈색머리’다.
들을 때마다 이 노래 구매해야겠다 하면서 놓쳤던 노래.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이 노래를 새벽 세 시 라디오의 첫 곡으로 반복해서 들으면서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이 트위팅을 찾아보니 지금 내 기시감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확신하게 됐다.
그 때도 오늘처럼 이 프로그램의 첫 곡으로 갈색머리가 나왔고 나는 노래를 찾아 다운받고 정리한 후 트위터에 포스팅을 한 거다.
이제 나는 훗날 윤건의 ‘갈색머리’를 들을 때면 내 삼십대 초반의 불안과 외로움과 어떤 감정적 상태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 지금 내리고 있는 눈과 겨울의 추위도…
그러고 보면 디제이라는 직업은 이런 식으로 사람의 감정적 기억에 노래를 머물게 하는 마법사 같은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