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동네 극장에서 쌍화점을 봤는데 뒤늦게 알게 됐지만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투박함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다른 유하 감독의 영화들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그런 투박함을 느끼는 지점이 대개 한 신에서 다른 신으로 넘어가는 때라는 걸 알게 됐다.
유하의 영화는 너무 느닷없다 싶을 정도로 단도직입적으로 신이 전환된다.
대사와 상황과 이야기가 건너 뛸 때 객관적인 쇼트나 상황을 미리 또는 사후에 설명하는 인서트 컷을 쓰는 데 인색해서 드라마가 쉴 틈을 마련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담아 뒀던 이야기를 다듬지 않고 쏟아내는 것 같은 느낌에 동의하기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궁금해지는 걸 보면 이런 편집 스타일에도 어떤 마력 같은 것이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