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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분 의견에 공감하는 쪽이다.
시민들이 외치는 ‘민주주의’를 좀더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는 사실 지금 시민들이 외치는 ‘민주주의’가 이명박에 대한 적대감 이상, 이하도 아니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이 이명박이 물러나거나 굴복하면, 한나라당이 몰락하면, 조중동이 폐간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요즘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제 2의 노무현이 나타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노무현 역시 경제적으로는 비민주적이었다. 오늘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 비겁한 무소속과 민주당이 휩쓴 것을 보면 시민들의 문제의식이 어디에 닿아있는지 아리송해진다. 물론 일반 시민의 눈에 합당한 대안이 없어 보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 민주주의라는 구호는 각자가 처한 비민주적인 상황에 대입되어야 한다.
사회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갑과 을의 노예관계, 세대간 불평등, 88만원 세대, 경쟁 일변도의 교육 등 각자가 처한 문제에 이 ‘민주주의’를 대입해야 한다.
그래서 각자의 민주주의에 관한 절박한 문제들을 이 해방구적 공간에 쏟아내야 한다.
이미 촛불집회는 광우병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총체에 대한 거부와 불복종 운동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달리 말하면 각자가 처한 지금의 상황에 대한 불만의 폭발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불만을 더 구체화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야 한다.
(그리고 점점 그럴 만한 타이밍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의 대치 그 이후, 만일 시민이 승리한다면 그 순간 쏟아놓은 문제들에 대한 전격적인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10대는 대학 서열 폐지, 평준화를, 20대는 실업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철폐를, 30대 이상은 양극화 해소와 갑과 을의 불평등 해소(대기업-중소기업 불균형 해소)를 성취하고…그래서 승자독식 사회로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
프랑스 68혁명을 의식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놀라운 해방구에서 한국사회의 절박한 문제들을 다루지 않고 넘어간다면 더 이상의 기회와 가능성은 없을지도 모른다.
촛불의 외침은 더 다양하고 구체화되어야 한다.

내용 보충 : 글 읽고 바로 드는 생각 갈겼더니 몇 개 빠뜨린 게 았다. 위 글을 쓴 사람은 지금 촛불을 든 시민들을 다중이라고 보고 있다. 다중은 자율적이지만 이질적이고, 이들을 지금 묶어 주고 있는 것은 ‘광우병’과 ‘이명박의 비민주적 독선’이다. 이 핫이슈로 묶여 있지만 사실 이들은 각기 절박한 이유로 거리에 나왔다. 과연 이들 각자의 불만이 이 촛불의 거리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그들 각자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회의가 든다는 말인 것 같다. (어쩌면 촛불을 든 시민들은 한국사회에서 다중의 역할과 의미를 묻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될지도…음…?)

어쩌다 보니 이틀 연속을 촛불집회에 나갔다.
이틀 모두 가두 행진이 벌어졌다.
어제는 약 10만명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대학로에서 등록금 인상반대 투쟁 집회를 하던 전국 각 대학생 수천명과 함께 시청으로 갔는데 시청에도 와 있는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
유모차를 끌고 온 아주머니들부터 예비군 머리에 촛불 모양 조형을 달고 온 여학생들, 군복 입고 온 디씨 밀리터리 갤러리 회원들까지 구성원도 다양했다.
청운동 사무소에서 소규모 촛불문화제를 하던 수십명이 강제 연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청에서 벌어지던 문화제는 급히 정리되고 바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
진입로를 막고 있던 전경들을 따돌리고 쫓기고 하는 수차례의 추격전 끝에(서소문로에서 서대문 거쳐 독립문까지, 그리고 사직터널을 지나 세종문화회관 뒷쪽 골목을 통과해 광화문사거리까지) 효자동과 삼청동쪽 청와대 입구까지 진입했다.
최근 몇일간 새벽이 되면 전경들에게 쫓겨다니던 시민들이 노하우를 익혔는지, 이제는 산개하고 교통통제가 되지 않은 도로를 확보하면서 전경들의 경로차단을 따돌렸다. 대단했다.
문화제 때 촛불소녀들이 ‘뽀뽀뽀’를 개사해 부른 노래[1]아빠가 출근할 때 기름값 엄마가 시장갈 때 미친소 우리가 학교가면 0교시 우리들의 수면시간 4시간 우리는 민주시민 촛불소녀들 미친소 민영화 … Continue reading처럼, 시민들은 이제 이명박의 정책 전체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하야를 외치는 빈도가 늘어났다.
물대포도 나오고 전경들을 밀어재껴 저지선을 뚫고(난 사이에 끼어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마저 들었다) 하는 격한 상황도 벌어졌다.
하지만 비폭력을 외치며 시민들은 스스로의 흥분을 자제하고 있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와 캠코더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인터넷에 퍼지고, 2002년 월드컵 때 쓰던 ‘대~한민국’ 구호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까지 온갖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구호와 노래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든 시민이 주도하는 집회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으로 상황을 지켜보다 새벽에 뛰쳐 나오는 사람들도 있고(확인되지는 않았지만 2시경에는 상암에서 붉은악마 2~3만명이 사직터널을 지나 이리로 오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었다) 해서 인파는 새벽에도 많이 줄어들어 보이지 않고.
시민들은 이 상황을 축제처럼 즐기기까지 하는 것 같다.
14시간 정도를 걷고 뛰고 하다 보니 체력이 바닥나고 온 몸이 쑤셔 귀가했는데, 4시 30분경부터는 본격적인 전경들의 진압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리고…
어쨌든 이거 뭔가 대단히 거대한 움직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뭔가 시민들이 바라던 바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이제 6월이 됐으니 87년 6월을 떠올리며 시민들은 더 모이고 불어날 기세다.

각주

각주
1 아빠가 출근할 때 기름값 엄마가 시장갈 때 미친소 우리가 학교가면 0교시 우리들의 수면시간 4시간 우리는 민주시민 촛불소녀들 미친소 민영화 대운하 싫어…뭐 이런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