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의 이런 스토리텔링 방식이 현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어서 재미있다고 느낀다. 삶에는 많은 이야기 조각들이 있다. 원한다면 이것을 서사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굳이 그러지 않는다. 삶이 이야기가 되는 것은 조각들을 끼워 맞추려고 애쓸 때나 가능한 일이다(현실의 작가, 특히 내러티브 논픽션을 쓰는 작가는 이 조각들을 서사화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그냥 살아간다. 도처에 있는 정보와 사건과 이야기를 스쳐 지나간다. 마찬가지로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도 이야기를 대충 흘려듣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심지어 그런 플레이가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발견하려고 노력하기만 한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야기를 목격할 수 있다.
김초엽, 「세계를 경험하는 것」, 『아무튼, SF 게임』
내가 종종 망각하는 사실을 이 문단이 깨우쳐 준다. 나는 의미와 이야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는 하지만, 사실 그것을 깨닫지 않고도 삶은 경험으로 나아간다. 위 표현대로, 우리는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나와 타인의 삶에서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욕망이, 경험으로서의 삶을 자꾸만 간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