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면과 감기의 금요일을 보내고 난 후 토요일 아침을 힘겹게 시작할 때쯤 사진동호회에 올라온 글을 하나 읽고는 담배를 하나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노무현은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왜 그(또는 그의 가족들)는 그런 도덕적 흠결을 만들어 그토록 상처 받아야 했을까.
나는 이 땅의 노동자를 괴롭히는 그를 싫어했고 권위주의 정치를 깨려는 그의 파격적인 언행을 즐기며 지켜봤다.
그는 다만 덜 나쁜 대통령이었고 그럼에도 속을 알지 못할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그의 파격은 내게 너무나도 흥미진진했다)
나는 지금 그가 저지른 도덕적 흠에 괴로워하고 존재의 무력을 느꼈다는 것에 대한 당연한 존중을 느낀다.
그리고 이명박과 노무현의 흠결의 무게를 짐작할 때 이 슬픔 뒤에 있는 한국인의 자가당착에 빠진 분노와 우리 자신에 대한 또 한번의 모멸감을 느낀다.
그의 죽음은 내게 그의 대통령 당선 때와 비슷한 강도의 서사적 울림을 지니고 있다.
하나가 변화 가능성에 대한 어찌됐건 희망의 작은 시작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그 실패에 대한 종지부 같은 것이다.
노무현의 마지막 이야기 때문인지 나는 끝내 주말 동안 오뉴월의 감기를 떨쳐내지 못했다.
목소리가 맛이 갔는데 담배는 왜 계속 펴 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안타까움을 담배가 달랠 수 있을까.
“감기와 노무현”에 대한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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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야길 하니 문득 옛날에 하숙집에 살때 우리가 담배 피고 나면 니가 졸라 지랄하면서 이상한 방향제를 뿌리던 생각이 난다. 왠지 그 방향제 냄새까지 기억 나는 듯 하다. ㅋㅋ
나도 그 냄새 잊을 수 없다.
방향제가 안티였지.
그 때 조금만 더 버텼으면 지금 담배를 피지 않아서 좀더 나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을텐데 ㅋㅋ